일본 중소기업 아스크공업에선 :: 2009/02/09 16:22

일본 중소기업 아스크공업에선    
사장ㆍ임원도 조기퇴근 급여 줄였다
직원부인들에 실적 공개하고 잡셰어링 설득
"해고보다 낫다…남는시간 자기계발" 공감대

오사카부 하라카타시에 위치한 아스크공업.

샤프와 산요, 파나소닉 등에 전자기기 정밀부품을 납품하는 이 회사는 2월 초부터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전격 도입했다.

나가쿠라 사다오 사장(63)은 "나를 비롯해 임원들도 일주일에 2번은 오후 3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급여도 30% 줄어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원들만 대상으로 `고통분담`을 강요하지 말고 임원들도 직접 동참해야 잡 셰어링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아스크공업은 지난 1월 말 정규직 공장직원 80명의 아내를 회사 강당으로 초청했다.

나가쿠라 사장은 이 자리에서 "평일에도 출근하지 않거나 오후에 일찍 돌아오는 남편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면 안 된다"며 사원 아내들에게 먼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회사 측은 2시간에 걸친 설명회를 통해 현재 영업 현황과 수주실적, 올해 전망치 등 1급 정보들을 숨김 없이 설명해 줬다. "최근 3개월과 같은 영업실적이 지속되면 정확하게 1년 뒤에는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마지막 설명이 끝나자 회사 측 잡 셰어링 방침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사원들 아내들도 하나 둘씩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올해 1년 동안 아스크공업은 한 달 평균 근로시간을 200시간에서 150시간으로, 급여액수도 직원 1인당 평균 80만엔에서 64만엔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또 회사에 아예 출근하지 않는 업무휴일도 작년까지는 97일이었지만 올해는 135일로 늘어난다.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수시로 노사 대표가 회의를 열어 근무시간ㆍ급여 감축에 대한 사원 동의를 이끌어낸 뒤 내놓은 결정이었다.

1989년 설립된 아스크공업은 90년대 장기 불황과 2000년대 초반 IT 거품 붕괴를 끄떡없이 버텨내며 일본 경제산업성이 선정한 `300대 유망 중소기업`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샤프와 파나소닉 등 탄탄했던 가전 메이커에 대한 납품계약이 급감하면서 11~12월 수주액수는 각각 30% 이상 줄어들었다. 전자ㆍ가전 대기업들이 최근 1년간 총 2조엔(약 3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내면서 부품 하도급 기업으로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가돼 왔기 때문이다.

아스크공업을 방문했던 지난 6일.

점심 식사를 끝내고 공장 휴게실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직원들은 잡 셰어링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표를 들여다보며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하지만 "일거리가 다시 늘어나면 원래 상태로 즉시 복귀한다"는 회사 측 설명을 굳게 믿는다며 가족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거나, 모처럼 자기계발에 나설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나가쿠라 사장도 이날 오후 열린 노사 간 회의를 통해 "언제 불황 터널에서 벗어날지 기약할 수 없지만 수주액이 다시 늘어나면 근무시간도 늘리고 밀린 보너스도 지급하겠다"며 사원들에게 다시 한 번 보답을 약속했다. 나가쿠라 사장은 이어 "일본이나 한국은 일하는 게 미덕인 사회"라고 전제한 뒤 "가족이나 레저 등을 중시하는 서양식 라이프스타일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잡 셰어링을 도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노사 간 고통분담 분위기 속에 잡 셰어링이 본격 시작됐지만 장기 불황에 대한 불안감, 실적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회사 사무실과 공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제1공장 휴게실에서 만난 쓰치카와 헤이조 영업담당 과장은 샤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엔대 최종 적자를 냈다는 신문기사를 보여줬다. 샤프는 아스크공업이 납품하는 비중이 가장 큰 회사 중 하나. 입사 15년째를 맞는다는 쓰치카와 과장은 "회사가 망하면 일자리도 급여도 그것으로 끝"이라며 "일자리 나누기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번 불황에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사카 = 채수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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