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높아 출구전략 시기상조" :: 2009/11/09 08:23

"실업률 높아 출구전략 시기상조"
유럽 각국 재정적자 제각각…ECB 출구전략에 걸림돌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실업률 지표는 같은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에 모인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실업률이 1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한 칼에 날려버린 소식이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하루 뒤인 7일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은 합의문을 통해 고용 문제를 유난히 강조했다.

합의문에는 다른 위험 요소에 대한 언급이 없었지만 `높은 실업` 만큼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출구전략은 시기 상조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경기는 정책지원에 의존한 것이며 경제회복이 확고할 때까지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출구전략 실시에 대한 어려움을 표시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지난 5일 정책금리 동결을 발표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출구전략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일단 다음달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ECB의 출구전략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통화정책을 제외한 다른 정책들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ECB의 통화정책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27개국에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적인 정책목표 범위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에 국한된다. 가령 영국은 EU 역내 국가지만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ECB가 유로 대신 파운드화를 고수하고 있는 영국의 금리에 대해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는 ECB뿐만 아니라 영국 등 역내 국가들이 거의 동시에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고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차가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 세제혜택, 각종 규제 등 정책 조율을 통한 출구전략이 필요한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4% 선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누적적자가 컸던 프랑스는 올해 적자규모가 GDP의 7%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를 쓰지 않는 EU 역내 국가와의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영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GDP의 12%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정으로 쓰러져 가는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준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는 이번 위기극복 과정에서 역내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큰 짐을 지워준 셈이다.

ECB가 걱정하는 또 다른 문제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각종 규제의 아비트리지(차익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이다. 막대하게 풀려나간 돈이 규제가 낮은 곳을 찾아서 빠른 속도로 이동할 경우 역시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아일랜드와 발틱3국 등 일부 동유럽 국가들은 기업에 국한해 낮은 세율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유로를 사용하는 16개국과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11개국 간의 자금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비트리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 유로화 강세가 심화되면서 ECB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유로강세를 심화시켜 외환시장의 차익거래 급증을 야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 한예경 기자 / 서울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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