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에 숨어 버린 ‘남성’ :: 2008/05/30 17:13

뱃살에 숨어 버린 ‘남성’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환자가 상당히 머뭇거린다. 앳된 얼굴을 보니, 환자가 왜 쭈뼛쭈뼛 했는지 짐작이 간다. 환자의 나이는 28세. 한창 왕성할 나이인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혼을 앞둔 상태였던 그는 '크기'에 대한 불만을 호소했다.

"선생님, 그리고 또 제가 조루도 좀 있는 것 같은데요…."
끝을 흐리지만 절실함이 배어있는 마지막 말까지. 어떻게 절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환자분의 뱃살부터 치료해야겠습니다."
'엇? 비만클리닉에 온 것도 아닌데' 하는 표정의 환자.
복부 비만과 비뇨기과는 관련이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있다'다. 어떤 관계일까? 선뜻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연관성은 꽤 깊다.

복부비만에 가려진 '남성'

배가 많이 나온 상당수 남자들은 자신의 '남성'이 위축돼 있음을 경험한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컴퓨터로 앉아서 손쉽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복부 비만 남성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자신의 '남성'이 약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단 배가 많이 나올수록 가만히 서서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비만 지방 조직에 음경이 묵히는 것이다. 당연히 음경의 크기는 작아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심리적 위축은 결국 '음경 왜소 콤플렉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피로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배뇨의 불편함과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들 중 음경의 크기에 대한 불만을 같이 토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복부 비만이 동반돼 있다. 결과적으로 음경 왜소에 대한 치료는 남성의 상징을 크게 하는 수술과 체형 및 비만 상태를 해결하는 두 가지 과정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남성의 '공공의 적' 뱃살

먼저 뱃살 빼기 등 관리를 통해 숨어있던 '남성'을 회복시키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런 관리를 하면서 중간에 수술계획을 잡아 크기나 조루 등에 대한 수술을 진행한다.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기대하는 수술 후 모습보다 더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신 마취를 하고 지방을 흡입하는 방법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대개 시행하지 않는다. 수술 없이 운동이나 식이요법, 약물 등의 방법으로 지방을 분해한다. 경우에 따라서 국소 마취 하에 지방 일부를 제거할 수는 있다.

절박했던 28살 환자도 사실 나이에 비해 배가 많이 나온 체형이다. 스스로도 별명이 '곰돌이 푸우'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시간을 앉아서 생활하는 연구원이다. 직업 때문에 취직 후 복부 비만이 더 심해졌던 경우다. 늦은 저녁 식사와 잠자기 전 맥주를 곁들인 야식 등이 그의 뱃살을 더 살찌게 했고 '남성'을 쪼그라들게 한 것이었다. 뱃살은 남성에게 '공공의 적'이다.

[임헌관 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31호(08.06.09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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