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연기금의 투자자문을 맡아온 A씨는 최근 미국 대형 연기금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자산에 대한 매매비중을 늘리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자 연기금조차 현금성 자산을 달러가 아닌 해외 통화로 운용하고 싶어한다는 얘기였다.
A씨는 "미국 금리가 역사상 가장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서 달러로 자금을 빌려 해외로 투자하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비롯한 다수의 자산 가격이 급등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저금리와 약달러를 활용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금흐름을 단기화함으로써 글로벌 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선진국들에서 머지않아 잇달아 출구전략을 실시할 것으로 보고 투자가들이 자금을 짧게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금 운용은 금을 비롯한 원자재, 일부 개도국의 주식과 외환시장, 부동산에 단기 운용되다가 머지않아 청산돼 자산시장의 거품을 급속히 붕괴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외국은행 국내지점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말 680억6000만달러에서 2분기 말 696억8000만달러로, 3분기에는 725억달러까지 늘어났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확대 때문이라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승호 한국은행 국제국 차장은 "달러화가 전통적 조달통화인 엔화를 상당 부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흥시장국 정책당국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금 유출입의 급격한 쏠림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조기 청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회사나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달러 차입을 줄이는 한편, 환변동에 대한 헤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국제금융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더블딥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하라는 주문이다.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때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할 때 달러 캐리 트레이드도 청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도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용 어>
달러 캐리 트레이드 = 미국 저금리 기조를 이용해 달러화를 차입한 뒤 높은 성장을 하는 국가 통화로 바꿔 그 나라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를 의미한다.